쿠바에서 온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. 이름은 알프레도 살리나스. 라 플로르 데 라 이사벨라(현 타바칼레라)가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쿠바에서 초빙한 마스터 시가 장인이었습니다. 그는 어머니까지 아바나에서 마닐라로 모셔올 만큼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물렀고, 담배 재배 농가와의 협업부터 수확 선별, 큐어링, 숙성, 블렌딩까지 — 시가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새로 세웠습니다.

그가 필리핀 장인들에게 전수한 건 쿠바식 롤링 기법이었습니다. 이 기법의 핵심은 한결같고 힘들이지 않는 드로우(draw)를 만들어내는 데 있습니다. 이때부터 필리핀의 시가는 “Totalmente Hecho a Mano(완전 수작업)”라는, 지금까지 이어지는 원칙으로 되돌아갔습니다.
살리나스가 심은 기술은 세대를 넘어 전해졌습니다. 오늘날 타바칼레라에는 그에게 직접 배운 세대로부터 기술을 이어받은 경력 50년 이상의 토르세도르(Torcedor, 시가 롤링 장인)가 있습니다. 이들 중 단 3명만이 그란 레세르바 같은 최고급 블렌드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.

토르세도르의 손끝이 만들어내는 건 단순히 담뱃잎을 마는 기술이 아닙니다. 완벽한 드로우, 흠 없이 균일한 번(burn), 포화된 연기량 — 눈에 보이지 않는 균형까지 손의 감각으로 맞춰내는 일입니다. 기계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이 감각이, 한 쿠바인 장인이 남기고 간 유산입니다.
한 스틱의 시가를 태울 때, 우리는 사실 한 세기 넘게 전해진 손기술을 태우고 있는 셈입니다.
